[jobsN] 교사 그만두고 '세상에 없는' 여행사 차려 연 매출 100억원 내고 있습니다 (19.04.15)

세상에없는세상
20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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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 지향하는 세상에없는여행 김정식 대표




평범한 고등학교 사회 선생님이었다. 학기 중에는 학생을 가르치고 방학 때는 여행을 떠났다. 제자들과 봉사활동을 하고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29살 때부터 학생을 가르치던 그는 39살 때 돌연 학교를 떠났다. 바로 ‘세상에없는여행’을 만들기 위해서다.



세상에없는여행은 공정여행을 지향하는 사회적기업. 공정여행이란 여행지의 환경을 해치지 않고 현지인에게도 경제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여행 방식이다. 2015년 6월 문을 연 세상에없는여행은 베트남·라오스·미국·일본 공정여행 상품을 운영한다. 2018년 매출은 100억원. 교사에서 연매출 100억원대 사회적기업가로 변신한 김정식(43) 대표를 만났다.




김정식 세상에없는여행 대표.

출처jobsN




-여행사를 차린 계기는.



“교사를 그만두기 전부터 공정여행에 관심이 많았다. 2013년 인도 라다크를 여행하던 중이었다.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베트남 공정여행연합(RTC·Responsible Travel Club)을 20년 가까이 이끌어온 분을 만났다. 한국은 공정여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할 때였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나라에도 공정여행을 지향하는 여행사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가능성이 있어 보였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 초기에는 인도 여행 중 만났던 베트남 공정여행연합 대표한테 자문을 많이 받았다. 차량을 저렴하게 빌리고 경험 많은 가이드를 뽑을 수 있었다. 규모가 커지면서 지금은 도움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정여행 상품은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인 패키지 상품에 있는 ‘쇼핑·옵션·팁’이 우리 상품에는 없다. 보통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여행사가 정해준 쇼핑몰에서 의무적으로 몇 시간을 머물러야 한다. 옵션 관광도 한다. ‘마사지’, ‘시내 관광’ 등 여러가지 옵션 상품을 추가 금액을 내고 이용해야 한다. 이때 지불하는 금액은 원가의 5~10배에 달한다. 가이드한테 팁도 줘야 한다.



여행 기간 동안 봉사활동을 하는 상품도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반이나 학교 단위로 신청한다. 4박6일이나 5박7일 동안 베트남에서 교육 봉사를 한다. 또 소수민족이 사는 마을에서 간이 화장실을 지어주는 건축 봉사도 한다. 베트남 현지 학생이 자신의 고향을 여행시켜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지역의 여행 상품을 주로 기획한다. 올해 유럽·남미·아프리카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4월 말 출시하는 유럽 상품 여행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이다. 곧 몽골·키르기스스탄 패키지도 출시할 계획이다.”




세상에없는여행은 3월7일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출처 - 세상에없는여행 제공




-여행 비용이 비쌀 것 같은데.



“가격만 놓고 보면 일반 여행 상품보다 비싸다. 홈쇼핑에서 베트남 하노이나 다낭 3박5일 여행 상품을 49만9000원에 내놓는다. 우리 상품은 80만~90만원이다. 하지만 한 번도 비싸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쇼핑·옵션·팁이 없어서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적정 판매가와 이윤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은.



“매출액은 2017년 80억, 2018년에는 100억원이었다. 나라별 매출 비중은 베트남이 70%, 나머지가 30%다. 직원은 22명. 베트남과 일본에 직영 사무실을 두고 있다. 남미·유럽·아프리카는 파트너십을 맺을 회사를 찾고 있다.”



-교사를 그만둘 때 두렵지 않았나.



“20대 때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면 30~40년 동안 사회생활을 한다. 그 기간을 어떻게 한 직장에서 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10년에 한 번씩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다. 그러면 남들보다 적어도 3번은 더 살 수 있는 셈이라고 봤다.



창업 초기에는 경영자로서 필요한 인사·회계·세무 지식에 대해 전혀 몰랐다. 다행히 정부에서 시행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합격해 사업 준비에 도움을 받았다.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란 예비창업자나 창업 후 2년 미만 기업 등을 대상으로 창업교육이나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회계사·세무사·경영 컨설턴트한테 1년 동안 회사 운영 노하우에 대해 배웠다.”



-사회공헌활동도 한다고.



“아름다운재단에 매년 1200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재단에서는 기부금을 결혼 이주민 자녀를 돌보는 어린이집 지원금으로 쓴다. 또 베트남전쟁 피해를 입은 지역 학교에 컴퓨터를 지원한다.”




베트남 학교에 컴퓨터를 기증하는 세상에없는여행.

출처 - 세상에없는여행 제공




-요즘 여행업계가 어렵다고 들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유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저가 패키지 상품을 운영하는 대형 여행사들은 타격을 받은 것 같다. 우리 회사의 콘셉트는 ‘자유여행같은 단독 패키지 여행’이다. 이 분야 수요는 매년 늘고 있다. 최근 3년간 매년 3만명 이상이 우리 여행상품을 이용했다.”



-성공 비결이 뭐라고 보나.



“운이 좋았다. 사업을 시작했을 때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연간 60만명 정도였다. 5년 사이 300만명으로 늘었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시대 흐름을 운 좋게 탄 것이다. 또 공정여행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퍼지고 있어서 좋은 피드백도 많이 받는다.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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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을 직원보다 1000원 적게 받는다고.



“잘 나가는 대기업들 중 20~30대 직원에게 존경받는 회사가 얼마나 있나. 나는 그 이유가 회사의 성장이 직원들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상징적으로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직원보다 1000원 덜 받고 있다. 직원 22명 중 나만 40대고 나머지는 30살 전후 신입사원이다. 경력직이 없고 내가 돈을 더 받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급여가 비슷하다. 내가 돈을 더 벌려면 직원 급여도 같이 올려줘야 하는 구조다.



회사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직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직원도 행복하게 일하고 회사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지금까지 한 번도 투자를 받지 않았다. 창업 초기에는 1년 동안 흑자에서 못 벗어나면 투자를 받을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흑자를 내고 매년 20% 이상 성장해왔다. 앞으로도 투자를 받을 생각은 없다.”



-복지 혜택도 많다고 들었다.



“주 4.5일제를 실시하고 있다. 내년에는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한다. 또 당기순이익의 1%는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나눠주고 있다. 3년 근무하면 30일의 유급 휴가를 준다. 여행업계 종사자는 감정노동자다. 직간접적으로 고객 응대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쌓이기 때문에 연차휴가만으로는 재충전이 어렵다고 본다. 3년에 한 번 정도는 한 달 정도 쉬고 나서 건강하게 돌아와 일하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세상에없는여행은 비교적 업력이 짧은 회사다. 요즘에는 많이 알려져서 지원자도 늘었다. 서류전형 경쟁률은 100대 1에 달한다. 하지만 창업 초기 입사한 직원들은 회사의 비전만 보고 취업을 결정한 것 아닌가. 그러니 급여뿐만 아니라 좋은 근무환경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jobsN




-앞으로 계획은.



“2019년 안에 공정무역·출판·외식업까지 사업을 확장할 생각이다. 현재 베트남 푸꾸옥(Phú Quốc) 섬에 ‘프롬 베트남’이라는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소수민족 주민이 만든 수공예품이나 친환경 제품을 판매한다. 5월에는 다낭에 2호점도 연다. 가을쯤 반응이 좋은 제품을 한국으로 들여와 팔아볼 생각이다.



출판업으로는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가이드북을 내놓을 예정이다. 숙박업소나 식당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삶과 지역의 사연 등을 담을 생각이다. 6월1일 푸꾸옥 가이드북을 출간한다. 또 외식업으로는 베트남식 쌀 샌드위치 ‘반미’ 식당을 준비 중이다. 4월7일 다낭에 1호점을 연다. 직원 10명 중 1명은 취약계층이나 소수민족 마을 여성을 채용할 생각이다. 가을에는 서울 인사동 근처에 한국지점도 낸다. 결혼 이주민 여성들 중 요리에 재능이 있는 분을 채용하려 한다.”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



“정부에서 예비 사회적기업가에게 다양한 지원을 한다. 정부 지원을 받아 창업했지만 지원금이 떨어지면 흐지부지 사라지는 회사가 많다. 일정 기간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면 그 안에 자력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내공을 키워야 한다. 창업 초기에 정부 지원금이 있다고 여유를 부리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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